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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맛난 맥주에 인생 걸었다, 한의사 접고 ‘맥덕’의 길로

중앙일보 2017.03.20 01:00
수제맥주 시장 판도 바꾸는 김희윤 더부스 대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자리한 더부스 매장에서 김희윤 대표가 자사의 맥주를 들고 있다. 한의사 출신으로 맥주 마니아인 그의 목표는 더부스를 세계 1위의 수제맥주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사진 임현동 기자]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자리한 더부스 매장에서 김희윤 대표가 자사의 맥주를 들고 있다. 한의사 출신으로 맥주 마니아인 그의 목표는 더부스를 세계 1위의 수제맥주 회사로 키우는 것이다. [사진 임현동 기자]

5조원 규모인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0.5%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딴판이다. 지난 3년간 국내 수제맥주시장은 해마다 10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수입맥주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30%)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신세계·LF·SPC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 수입사·브루어리(양조장)까지 수제맥주시장에 뛰어들면서다. 특히 다양한 맛과 향의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몇 년 안에 수제맥주 점유율이 5%대로 높아지고, 10년 후에는 10%대에 이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3년 설립된 더부스 브루잉 컴퍼니(이하 더부스)는 국내 수제맥주시장의 성장세를 잘 보여주는 기업 중 하나다. 더부스의 출발도 국내 수제맥주시장처럼 미약했다. 한의사 출신인 김희윤(30) 대표와 그의 남편이자 투자자문사 출신인 양성후(30) 대표,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서울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더(35)가 손을 잡고 문을 연 이태원 골목의 작은 맥주집에서 시작했다.
수제맥주. 서울 이촌동 THE booth BREWING 김희윤 대표.

수제맥주. 서울 이촌동 THE booth BREWING 김희윤 대표.

김희윤 대표와 양성후 대표는 이른바 ‘맥덕(맥주 덕후의 줄임말)’이다. 집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홈 브루잉을 즐길 뿐만 아니라 신혼여행을 3주간의 맥주투어로 대체했을 정도다. 두 사람은 양조장만 3000개가 넘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250여가지의 맥주를 원없이 마셨다. 맥주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다는 이들이 맥주집을 차린 이유는 단순했다. 지난 3월 7일 만난 김희윤 대표는 “당시 남편과 함께 거의 매일 수제맥주를 마시러 다녔는데 맥주집이 2군데 밖에 없어 아쉬웠다”며 “맛있는 수제맥주를 주변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대표는 브랜드 마케팅과 매장 관리 등 국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양 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체류 중이다. 지난 1월 새로 문을 연 캘리포니아 양조장에서 현지의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고품질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양조장 오픈 기념 시음 행사에서 지역 주민들의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ABC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다니엘 튜더는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지만 개인 사업과 집필 작업에 전념하고 있어 더부스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더부스는 현재 판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양조장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태원·강남·서초·방배·삼성·성수 등 서울시내 8곳에서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자회사인 더부스 콜드체인을 통해 레스토랑 진진·데블스도어와 코스트코·이마트 등 400여개 거래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더부스의 지난해 매출은 69억원. 2020년 1000억원이 목표다. 창업 후 1년 동안 2000여종의 수제맥주를 마셔봤다는 김 대표는 “적어도 맛있는 맥주에 관한 한 최고의 기업이라는 타이틀만은 어디에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며 “다행히 많은 사람이 우리 맥주의 맛을 알아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맥주의 맛을 좌우하는 신선한 홉과 효모를 얻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세계적인 브루마스터(맥주양조사)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인재를 영입해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 IPA(인디아 페일 에일)

국민 IPA(인디아 페일 에일)

김 대표의 말처럼 더부스의 맥주는 여느 맥주와 달리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맛으로 유명하다. 현재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국 동부의 맥주 스타일을 재해석한 ‘국민 IPA(인디아 페일 에일)’, 세계 3대 브루어리 미켈러와 함께 제조한 ‘대동강 페일 에일’, 한약재가 들어간 ‘썸머젠에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만든 ‘ㅋIPA’, 국립극장과 손을 잡고 만든 ‘제인 에어 엠버에일’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와 합작한 이색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4월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참여한 맥주, 72초TV와 함께 만든 맥주도 내놓을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물론 맥주 페스티벌과 시음회를 통해 수제맥주 문화를 알려나가는 것도 더부스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맥주를 즐기도록 만드는 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1년에 두 번 ‘더 비어위크 서울’이라는 축제를 열고 ‘라이딩 클럽’이라는 동호회도 운영하고 있어요. 라이딩 클럽은 자전거를 타고 매장에 와서 맥주를 마시는 것인데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귀가 때 교통카드를 지급합니다 .”
이런 노력에 힘입어 더부스는 2015년 크라우드 펀딩으로 10억원을 모금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다수의 사모펀드와 조건을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투자금은 대부분 미국 캘리포니아의 양조장을 인수하는 데 썼다”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진출을 본격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수제맥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커피=스타벅스처럼 맥주=더부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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