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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공기업도 국민 눈높이 맞춰 서비스 혁신을

중앙일보 2017.03.20 01:00
김학송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학송한국도로공사 사장

자본주의의 발전은 오늘날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사기업만으로는 목적을 이루기 곤란한 경제 분야를 낳게 되었다. 사기업의 모순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존립이 요구되어온 공기업들은 부족한 민간자본 보충, 민간독점 폐해 예방 등 국가 발전을 위한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 실제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높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도로교통서비스와 공항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모두 국내 공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 같은 상황과 동떨어진다. 대국민 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삼성전자·포스코 등 민간 기업들이다. 반면 공기업은 상위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고객만족도나 국내 기관별 인식 조사에서도 전반적으로 민간기업이 공기업보다 더 높은 선호와 신뢰를 받고 있다. 국민은 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보다 공기업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공기업들이 높아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높이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가 급성장했고 그만큼 국민 생활과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거기에 맞춰 대국민 서비스도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같이 생존을 위한 서비스경쟁에 나설 필요성이 없다 보니 국민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민은 공기업에 대해 경쟁이 없고 경기 영향도 덜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 때문에 공공서비스에 대한 조그마한 불편이라도 경험할 때면 ‘혈세만 축내는 방만한 조직’으로 생각하기 쉽다.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기업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서비스혁신은 국민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되고 그 과정은 “왜?”라는 물음표를 지워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 직후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 값은 왜 비쌀까” 하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게 되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유류를 공동으로 구매해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냈고, 그 결과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기름 값을 낮출 수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공급, 한국전력공사의 도심지 송배전로 지중화 사업 등 호평을 받는 정책들이 국민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1960년대부터 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되었다. 경영효율과 시장경제 확대 등의 이유가 명분이 되었지만 국민의 평가가 좋았다면 아직도 공기업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여러 정치적 이슈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 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정책들이 동력을 잃기 쉬운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기관은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함 없이 고유 업무에 역량을 집중해 국민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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