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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의 사람 풍경] 개에게 가장 좋은 주인은 백수 … 함께할 시간 많아서죠

중앙일보 2017.03.18 01:00
‘반려인구 1000만 시대’ 강아지 행동전문가 강형욱씨 
TV 화면에 비친 그는 마법사 같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고, 시도 때도 없이 왈왈대고, 아무데나 쉬를 하고, 심지어 자기의 응가를 냠냠하는, 이른바 문제적 견공(犬公)들이 그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순한 양처럼 변한다. 강아지들의 막무가내 천방지축 행동에 안절부절 쩔쩔매던 주인들도 겨우 한숨을 돌린다. “아! 그렇게 하면 되네요. 미친개가 아니었네요”라며 얼굴이 밝아진다.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32)씨 얘기다.
 
강씨는 요즘 웬만한 스타가 부럽지 않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빼어난 조련 솜씨를 보여주더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라디오 스타’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반려인구(반려동물+반려인) 1000만 시대를 맞아 그를 찾는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보듬컴퍼니 교육장을 찾아갔다. 3층 건물 뒤편 마당에서 강아지 예닐곱 마리가 뛰놀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강형욱씨가 다른 보호자가 맡긴 보더콜리 강아지와 즐겁게 놀고 있다. 그는 “훈련이란 말을 싫어한다. 놀아주는 게 곧 교육이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반려견을 키우는 것은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강형욱씨가 다른 보호자가 맡긴 보더콜리 강아지와 즐겁게 놀고 있다. 그는 “훈련이란 말을 싫어한다. 놀아주는 게 곧 교육이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건물이 멋지다. 돈을 벌었나.
“지난해 11월에 들어왔다. 아직 건물을 세울 정도는 아니다. 힘겹게, 힘겹게 임대료를 내고 있다. 여기는 반려견과 보호자를 교육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일주일 평균 20개 정도의 수업이 있다. 수업당 6~7개 팀이 참여한다. 본사 사무실은 서울 잠원동에 있다.”
 
별명이 ‘개통령’이다. 마음에 드나.
“아니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요즘 대통령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다. 게다가 대통령은 임기가 있다. 농담이지만 연임도 안 된다.(웃음) 저는 대통령에 비유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 있는 보듬컴퍼니 반려견 교육장. 강아지 훈련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 있는 보듬컴퍼니 반려견 교육장. 강아지 훈련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드센 개들도 순순히 잘 따른다.
“보호자에게 동기와 희망을 심어주려 한다. 당신도 열심히 하면 6개월 뒤쯤 개들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처음 방문한 집도 내 집인 것처럼 행동한다. 개들이 충분히 제 냄새를 맡게 한다. 공격성이 강하면 물지 못하도록 블로킹도 한다. 저만의 호흡과 패턴이 중요하다.”
 
당신만의 기술이 있다면.
“우선 안전감이다. ‘너희를 해치지 않을 거야’ 하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러면 강아지들이 호기심을 보인다. 그때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장난도 친다. 친근감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신뢰감도 깊어진다. 문제는 보호자들이 따라오지 않을 때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보호자부터 바뀌어야 강아지들도 달라진다.”
 
일반 대인관계와 다를 바 없다.
“연륜이 많은, 인생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그런 말씀을 자주 한다. 저도 처음에는 몰랐다. 아마도 모든 동물에게 공통된 얘기가 아닐까 싶다. 저는 사람보다 강아지로부터 먼저 세상을 배웠다.”
 
스스로를 강아지에 견줘본다면.
“하하하. 성격은 진돗개다. 진돗개는 예민하고 잘 변하지 않는다. 자기 한계를 알고 발전하려고 노력한다. 보호자에게도 쾌활하다. 반면 밖에 나가선 긴장을 많이 한다. 외모는 셰퍼드가 되고 싶다. 분위기가 그윽하고 중후하다. 하지만 소망일 뿐 저는 키가 크지 않고 잘생기지도 않았다.”
 
강씨는 중3 때 훈련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고교 과정은 방송통신고로 마쳤다. 어린 나이부터 개들과 동고동락했다. 옛말로 애견센터, 즉 개를 키워 팔고, 투견·사냥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하지만 살림은 가난했다. “아버지가 생활비를 대준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를 부끄러워했던 어머니, 그럼에도 강씨는 “강아지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어머니께 알렸다. “앞으로 개들을 돌보며 살겠어요.” 어머니는 눈물을 떨궜다. 아들에게 달리 해줄 게 없어서였다.
 
강씨가 훈련사로 입문한 17세 때 모습. 그는 “운이 좋은 편이다. 저보다 유능한 분도 많다”고 했다.

강씨가 훈련사로 입문한 17세 때 모습. 그는 “운이 좋은 편이다. 저보다 유능한 분도 많다”고 했다.

철이 일찍 들었나 보다.
“지금도 기억한다. 1999년 12월 24일이다. 수원시 이의동 장애인 도우미 강아지 훈련소에 들어갔다. 궂은일을 다했다. 2년 뒤 경찰견 훈련소로 옮겼다. 그게 멋있어 보였다. 2005년 군대를 갔고 제대 후 호주·일본·노르웨이 훈련센터에서 연수를 받았다. 진로 고민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당신을 만든 건 8할이 강아지다.
“초등 5학년 때 유기견 봉사활동을 했다. 없는 돈에도 청계천 서점가에서 애견 잡지를 사들였다. 한번은 화가 난 어머니가 잡지를 모두 내다버렸다. 그것을 되찾으려 동네 고물상을 다 뒤졌다. 그렇다. 나의 10할이 강아지다. 예전엔 12할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었다. 요즘에는 5할로 본다. 숱한 사람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제게 온 기회를 잘 쓰려고 한다.”
 
압박 훈련에 대한 거부감이 크던데.
“반려견은 소유물, 장난감, 로봇이 아니다. 그들도 사람처럼 슬퍼하고 기뻐한다. 예전에는 서열 교육을 강조했다. 인간이 개의 주인이라고 믿었고 훈련도 폭력적이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강아지들도 생명체다. 그들도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처음엔 그렇게 배우지 않았나.
“아무런 개념이 없을 때였다. 선배들을 따라 했다. 예컨대 강아지 발을 사람 손에 올려놓는 것을 보자. 30㎝자로 발을 수없이 때리며 사람이 원하는 동작이 나오게 했다. 목줄을 위로 바짝 당겨 뒤로 앉는 법을 강요했다. 강아지들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말이다.”
 
교육 방식이 달라진 계기가 있다면.
“17세 때 샤인이라는 그로넨달 강아지를 입양했다. 당시 월급이 5만원, 한 푼도 안 쓰고 1년을 꼬박 모았다. 입대하며 지인에게 맡겼는데 이후 연락이 끊겼다. 지금도 찾고 있다. 정말 마음이 통하는 친구였다. 누구라도 그런 강아지를 만난다는 건 신비스러운 일이다. 그 친구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킬 수 없었다. 기존 방식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이른 나이에 성공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10대 후반부터 정말 열심히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똥을 치우고, 밥을 주고, 물을 먹였다. 혼자 80마리까지 돌봤다. 훈련소 형들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잠자는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 그런 깡다구로 버텼다. 그래서인지 겉늙어 보인다.”(웃음)
 
반려 인구가 늘고 있는데.
“개에게 가장 좋은 주인은 백수다. 홈리스의 강아지가 억만장자의 강아지보다 행복하다. 함께할 시간이 많아서다. 지금도 강아지들은 정화수를 떠놓고 보호자가 백수가 되기를 바랄지 모른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며 반려동물도 늘고 있는데, 하루 10시간 넘게 빈집에서 사람을 기다리는 친구들을 생각해보라. 다음달 1일 예비 보호자 세미나에서도 말할 것이다. 사람만 외로운 게 아니다, 잘 키울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입양을 하지 말라고.”
 
언제나 결론은 산책으로 맺는다.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다. 덧셈·곱셈도 못하면서 미적분을 풀 수 있나. 개들에게 산책은 기본 중 기본이다. 맘껏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대·소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독일은 하루에 1회, 스위스는 2회 산책을 법으로 정해놓았다. 개를 왕으로 모시라는 한가한 소리가 아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거다.”
 
선진국에는 유기견이 적다고 했는데.
“노르웨이에서 13주 연수를 했는데 진짜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무작정 키워서 팔아버리는 개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영국 등도 반려견 정책이 발달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안락사·폐사되는 유기동물이 5만 마리가 넘는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수록 사회 복지정책도 튼튼해진다. 앞으로 아동·노인복지 관련 일도 꼭 하고 싶다.”
[S BOX] ‘5초씩, 하루 10회, 7일간’ 강아지 분리불안 해소법
반려견이 가장 불안해할 때는 보호자와 떨어져 있는 순간이다. 전문용어로 분리불안이라 한다. 지금 당장 보호자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언젠가 꼭 돌아온다는 믿음을 주게 되면 반려견도 안정된 행동을 하게 된다. 사람이나 개나 마음이 편한게 최고랄까. 강형욱씨는 오랜 경험을 압축해 ‘보듬 5-10-7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교육 현장에서든 방송에서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방법을 따라 해 보라고 권한다. “한 번에 5초씩, 하루에 10회, 7일 정도 연습하면 강아지들에게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반려견과 순간적으로 5초 남짓 떨어져 있는다. 장소는 크게 상관이 없다. 집 안에서 자주 드나드는 곳일수록 좋다. 그리고 돌아온 다음에는 2~3분 그대로 서서 개를 바라본다. 만지거나 말을 걸 필요가 없다. 보호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면 된다. 이런 동작을 하루 열 번, 그리고 7일 정도 반복한다. 주의사항도 있다. 같은 행동을 연속으로 하는 것보다 시간차를 둘수록 효과가 크다. 강씨는 “불리불안은 불치병이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하다 보면 강아지들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이름 짓기의 달인이다. 그만의 노하우를 정리하는 재주가 있다. 그는 “집 안 산책, 엘리베이터 투어, 그림자 산책, 종이 찢기 등 용어 30여 개를 만들어 교육 교재로 쓰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책으로 엮거나 특허를 낼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글=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jhlogos@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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