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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금은] 헝가리 야스페니사루는 삼성전자市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15 00:01
‘비셰그라드{V4(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지역 기술·인력 우수... EU 내 新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하며 한국 기업도 대거 진출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에 있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생산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유럽 전역에 수출하는 TV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에 있는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생산 공장에서 현지 직원이 유럽 전역에 수출하는 TV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인근 야스페니사루에 있는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은 UHD(초고선명) TV, 세리프 TV와 중소형 제품을 생산한다. 이 공장에선 8초에 한 대 꼴, 하루 4만 대의 TV를 생산한다. 10개 라인에서 만든 연 700만 대의 TV는 유럽시장에 공급된다. 특히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세리프TV는 이곳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야스페니사루의 인구 5600여 명 중 삼성전자 생산법인에서 일하는 인력이 2800여 명으로 절반 정도다. 삼성전자시(市)라 불러도 될 정도다. 헝가리 생산법인 매출은 2005년 11억3000만 달러(약 1조3400억원)에서 2015년 22억5000만 달러(약 2조6700억원)로 늘어나는 등 10년 새 2배가량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헝가리 평판TV 시장에서 4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측은 “소비자 10명 중 7명은 TV 브랜드로 삼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라고 전했다.
 
파격 혜택으로 기업 투자 손짓
삼성전자의 또 다른 생산거점이 있는 슬로바키아 생산법인에서는 퀀텀닷SUHD TV와 스마트 사이니지(광고 게시판),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등 대형 TV와 B2B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헝가리 공장,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된 TV는 지난해 말 누적 공급량이 1억50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동유럽이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1989년 헝가리, 2007년 슬로바키아에 TV 생산 공장을 지었고, 기아차는 2004년 자사 해외공장 중 가장 큰 자동차 생산기지를 슬로바키아에 설립한 데 이어 2006년엔 체코에 유럽 생산법인을 세웠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연 30만 대 이상을 생산해 유럽과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헝가리에 진출해 2007년 6월부터 현지공장을 가동 중이며 현재 3기까지 공장을 증설했다.

최근 기업의 투자는 다시 활발해졌다. LG화학은 지난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올해 하반기 생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SDI도 2018년 가동 목표로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의 유럽 생산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체코에는 지난 2014년 10억 달러 상당의 넥센타이어 공장에 이어 현대모비스도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최근엔 호텔롯데가 체코 프라하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동유럽에 몰리는 까닭은 인건비 등 유지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기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숙련 노동자의 인건비가 싸다”며 “대기업의 생산설비가 옮겨감에 따라 협력사인 중소기업들도 동유럽으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폴란드·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등 4개국으로 구성된 ‘비셰그라드(V4)’ 지역은 탄탄한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해외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고 있다. 유럽 중심부라는 입지 조건과 외국인투자 세제 혜택 덕분에 글로벌 자동차·전자업계 등에서 유럽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 대한 한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반면, V4 국가에 대해서는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V4 국가는 EU 내 한국의 2대 교역 대상이자 3대 투자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서유럽과 러시아를 코앞에 둔 입지적 조건과 함께 이들 국가의 친기업 정책도 한국 기업 유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LG화학이 진출한 폴란드 브로츠와프는 투자기업에 각종 혜택을 지원한다. 2005년 LG디스플레이 등 LG전자 계열사가 이곳에 진출하면서 법인세·재산세 감면에 현금 보상, 공장 부지까지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브로츠와프는 유럽 내 최대 가전 생산기지로 발돋움해 최근 10년 동안 매년 12.5%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출한 우치는 경제특구로 투자금의 50% 혹은 2년간 고용 비용을 기업 소득세에서 감면해준다.

헝가리 정부는 올해 법인세율을 EU 최저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법인세율을 9%로 낮추고 이를 모든 기업에 일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EU에서 가장 낮은 아일랜드의 12.5%보다도 낮은 것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EU 회원국들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낮추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슬로바키아 정부 내에는 한국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전담팀이 따로 있을 정도다.
 
동유럽에 부는 ‘K 뷰티’ 바람
그러나 최근 임금이 인상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체코의 경우 제만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EU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고 공표해 최저임금이 매년 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KOTRA 프라하 무역관 측은 “체코의 임금 인상은 한국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체코는 사회보장 세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직원 채용시 한국에 비해 회사 부담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투자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동유럽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은 한국산 화장품과 식재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글로벌 브랜드보다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국내 로드숍 가운데 가장 먼저 동유럽에 진출한 브랜드는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다. 201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진출한 뒤 해마다 늘려 현재 러시아 14곳, 체코 2곳, 슬로바키아·폴란드 각 1곳에 로드숍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친환경 브랜드 ‘비욘드’는 우크라이나에서 25개 매장을 열었다. 폴란드의 경우 2015년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전년대비 63%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종섭 KOTRA 바르샤바 무역관장은 “스킨케어 제품 시장이 5년 전보다 12.5% 커지는 등 폴란드는 2004년 EU 가입 이후 소득 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미용제품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K팝·드라마 등 한류를 적극 이용한다면 폴란드를 거점으로 한국 화장품의 중동부 유럽 시장 진출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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