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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논의부터 삐걱대는 전기 화물차] 국회에 발목 잡혀 중국에 시장 다 빼앗길 판

온라인 중앙일보 2017.01.15 00:01
일부 야당 반대로 관련법 표류 … 국내 1t급 차량 수요 최대 2조원대
“전기 화물차라도 증차를 허용해야 합니다. 친환경 정책에도 맞고, 화물차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봅니다.”(국토부 관계자)

“전기 화물차 증차까지 허용하면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 노동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 있어요.”(A 야당 의원)

“정부 정책이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국회에서 이런 기조를 묵살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B 여당 의원)

“택배 수요 폭증에도 증차를 하지 않아 불법으로 돌아다니는 택배차가 1만3000여 대인데 친환경적인 증차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국토부 관계자)

“그러면 불법(차량)을 단속하시든지….”(야당 의원)

지난 12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과 국토교통부 관계자 사이에 오간 대화 중 일부다. 이들이 이날 논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화물차 늘리자” vs “지금도 과잉 공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이헌승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토부 법안이다. 1.5t 이하의 차량, 직영제, 20인 이상 사업자에 한해 화물차 증차를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다른 하나는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전기차에 한해 화물차 증차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전기차(EV) 특별법’으로도 불린다.

두 법안 모두 화물차 증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운행 중인 4만5000여 대의 택배 차량 중 1만3000여 대가 불법일 정도로 증차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주열 국토교통부 물류산업과장은 “2002년 화물연대 파업 후 2004년부터 10년간 배차 번호판을 두 차례 푼 것 빼고는 영업용 번호판 허가를 내주지 않았는데 물동량은 늘어나다 보니 불법 차량만 늘었다”며 “차량이 늘면 택배 단가가 떨어진다고 주장하지만 불법 차량이 버젓이 다닐 정도로 택배차가 부족한데도 택배 평균 단가는 2012년 2506원에서 2016년 2308원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야당과 화물연대 등은 증차에 반대 입장이다. “지금도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화물차를 더 늘리면 택배 단가가 더 떨어져 영세한 화물차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헌승 의원은 “개인택시처럼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 가격도 수천만원을 웃돌아 물류 업체에 부담이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 잡으려면 무조건적인 증차 반대는 옳지 않다”며 “개정안에 직영제인 20인 이상 사업자로 (증차 대상을) 제한한다는 단서 조항과 새로 취득한 번호판은 양도를 금지한다는 완충 장치가 있어 야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확률은 낮다”고 반박했다.

전기차(EV) 특별법은 친환경적인 전기 화물차를 늘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면서 화물차 수급도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지난해 6월 국토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29%(전국 11%)가 경유차 탓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경유차 862만대 중 326만대가 화물·특수차량이며, 여기서 경유차 배출 미세먼지의 70%가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전기 화물차 개발·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기존 화물차를 전기차로 개조할 때 1400만원을 지원한다. 이주현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은 “이미 0.5t짜리 개조 전기 화물차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는 화물차주의 개인 부담이 없는 수준으로 개조 보조금 시범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t급 경상용 전기자동차 기술개발 사업’을 마련해 전기 화물차 개발을 돕고 있다. 김기열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 사무관은 “대동기업·르노삼성·포스텍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9년까지 배터리와 전기차용 파워트레인 시스템 등 부품을 국산화하고 1회 충전으로 25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상용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과 화물연대·용달협회는 친환경 전기 화물차 개발은 반기면서도 이에 따른 화물차 증차에는 반대 입장이다. 전기 화물차가 적어도 2~3년 안에는 급증할 우려가 없는데도 결국 과당 경쟁이 벌어지긴 마찬가지 아니냐는 주장이다. 박정호 용달협회 부장은 “세제 지원 등을 더욱 강화해 기존 경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꿔나간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신차를 늘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지만 1월에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이우현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1~12월 국토위에서 법안을 워낙 많이 처리해 1월은 좀 어렵고 3월 이후에는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 수 있어 2월 임시국회가 적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야당과 화물연대의 반대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법안 통과를 낙관하긴 어렵다.

법안이 표류한다면 막 태동하려는 국내 전기 화물차 시장도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전기 화물차시장 규모가 최대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1t급 전기화물차 가격이 대략 4500만원, 국내 택배차량이 4만5000대란 점을 감안한 수치다. 용달차도 8만5000대에 이르지만 월 소득 100만원가량의 영세 사업자가 많아 전기차로 갈아탈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전기차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어느 회사도 전기 화물차 신차를 만들지 않는 국내 현실과 대비된다. 일부 중소기업이 기존 화물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선 관련 법이 없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중국은 다르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자국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 지원, 세금 감면,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 자동차 시장의 60%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지원 덕에 중국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1만4000대로 단일 국가로는 미국(18만200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블룸버그). 게다가 승용차·버스·물류트럭 등으로 전기차 라인업도 다양해졌다. 중국의 지난해 1~7월 전기 물류트럭 누적 판매량은 7097대로 2015년 같은 기간보다 88% 늘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등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 진출을 벼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기술력에서 앞서는 유럽 업체의 전기 화물차 주력은 밴 형태에다 폭이 넓어 국내 골목길 주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해외에선 BYD·벤츠·닛산·포드 등이 전기 화물차를 만들고 있으며 UPS·페덱스·야마토 등이 일부 택배 라인에서 전기 화물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택배회사는 이미 전기 화물차 운행 중
국내 택배 업체의 전기 화물차 도입은 걸음마 단계다. CJ대한통운은 제주에 0.5t짜리 개조 전기 화물차 2대를 시범 운용 중이며 광주시·조이롱자동차(중국)와 손 잡고 이르면 2019년부터 전기 화물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쿠팡은 대구에서 1t급 전기차 택배 트럭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택배 트럭은 하루 운행 거리가 100~120㎞로 짧고 이동 구간도 일정해 전기차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국내 택배 업체들은 특히 전기 화물차로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유류비도 줄일 수 있다. 이들이 전기 화물차를 늘리면 국내 시장이 커질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를 지원할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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