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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다이어리] 꽃바다를 구하라

중앙일보 2017.01.14 00:01
이경희 키즈&틴즈팀장

이경희
키즈&틴즈팀장

“두루두루 소문 좀 내주세요.” 김탁환(49) 작가의 문자를 받은 건 지난 2일이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꽃바다를 구하라’는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 프로젝트(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2225)로 2017년을 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고인은 장편 『거짓말이다』의 모델이 된 세월호 민간 잠수사다.

관저에서 서면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심해의 아이들과 가장 멀리 있었다면, 그는 가장 가까이서 온몸으로 대면했다. 세월호 아이들의 시신이 맹골수도 거친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한 팔로 꽉 끌어안고 나머지 한 팔로는 기울어진 선내의 장애물을 치워가며 수면 위로 한 구 한 구 모시고 올라갔다.

그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건 처절했던 시신 인양 잠수의 후유증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거짓말이다』에 따르면 그는 민간 잠수사들을 제대로 지원하기는커녕 잠수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들을 법정에 세운, 애초에 대참사를 빚은 정부에 대한 분노가 컸다. 나아가 9명의 아이를 바닷속에 남겨둔 채 문자로 퇴선 지시를 받고 돌아나온 데 대한 무력감과 죄책감에 내내 시달렸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울분을 토하며 세월호의 진실을 증언했던 그에게는 아내와 아직 어린 세 아이가 있다. 돌봐야 할 아이들과 생업을 뒤로하고 세월호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이게 옳은 일인가”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두 가지만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세월호의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이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게 만드는 길이라 믿었을 것이다.

김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는 홀로 세 아이를 기르기 위해 ‘꽃바다’라는 꽃집을 운영한다. 김 작가와 북스피어 출판사가 함께 진행하는 스토리펀딩에 정기후원을 하면 금액에 따라 꽃바다에서 다육식물 화분, 꽃다발 등의 리워드를 두 달에 한 번씩 받을 수 있다.

김 작가의 문자를 받은 날, 하필 휴가 중이었다. 소문내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하루 만에 펀딩 목표 인원 200명을 넘겼고 12일 500명에 도달했다. ‘참 향기로운 가족’이라는 가훈 앞에 선 김혜연씨와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홀로 셋을 키우는 워킹맘의 고단함을 어렴풋이 그려봤다. 요즘 말로 ‘노(no)답’.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아빠와 엄마 중 한 명과 미혼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가구는 2016년 기준 181만6000여 호. 전체 가구의 9.6%다. 미혼 자녀가 있는 가구로만 추리면 대략 다섯 집 중 한 집이다. 지금껏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못한 미안함을 담아 이 글을 쓴다. 참고로 펀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경희 키즈&틴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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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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