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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남북분단에 말씀 좀" … "한 형제, 한 언어 쓰는 게 희망"

중앙일보 2014.08.16 01:57 종합 4면 지면보기
대전 월드컵경기장 5만 명 “비바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자 5만여 신자들이 ‘비바 파파’를 연호하고 있다. [대전=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돌발 기도를 제안했다. 이날 오후 한국인 최초의 신부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나고 자란 곳인 솔뫼성지에서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자 600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다.

 교황은 “한반도에서 갈라진 가족과 형제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데 대한 아픔을 저도 크게 느꼈다. 언제나 기도한다”며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두 한국이, 두 나라가, 두 형제 자매들이 언젠가는 하나로 뭉치고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가 갈라져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는 언제나 한 가족이란 생각을 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우리의 기도는 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곧 “평화와 화해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잠시 하자”고 제안했다.

 청년대회에 참석한 세 청년인 스마이(캄보디아)·조반니(홍콩)·마리아 박지선(한국)씨의 고민을 듣고 답하는 형식의 연설이었다. 박지선씨의 “한국의 특별한 상황인 남북 분단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질문에 대한 교황의 답변이었다. 단상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도하자 단하의 청년들도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도 제시했다. 그는 “성서에도 요셉이 이집트로 갔을 때 거기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형제를 만나 먹을 게 필요할 때 빵을 사서 그렇게 살았다”며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희망의 요소”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1200단어인 원래 원고엔 없는 내용이었다. 교황은 청년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의미로 이날 영어로 연설하던 중이었다. 중간까지는 원고에 준해서 말했다. 그러다 캄보디아 청년 스마이 쪽을 돌아보고 “주님의 말씀에,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악을 선으로 여기며 세상을 바꾸고 구원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뒤 잠시 숨을 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갑자기 “연설은 종이에 있는 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연설 원고를 쥐곤 허공에 흔들기도 했다. 교황은 그러고는 “모름지기 마음을 따라가야 한다. (영어는 내가) 잘 못하는 언어다. 제대로 얘기하고 싶다”며 “내가 계속하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청년들이 거대한 함성으로 호응하자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하겠다.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 청년의 질문에 직접 답을 준 건 그때부터였다. 교황은 “(사제로 살든 평신도로 살든) 우리가 어떤 삶을 살든지 중요하게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린 주님을 공경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 원칙은 스마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주님의 뜻을,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통역 신부에게 한 문장을 세 번 반복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주님 제 삶에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주님 제 삶에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주님 제 삶에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마지막 문장에 가선 청년들도 같이 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이 응답해줄 것”이라며 “스마이의 기도에도 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다시 영어로 물었다. “피곤한가. 내가 계속하길 원하는가.” 열광적인 반응을 확인하곤 연설을 이어갔다. 교황은 세 청년의 고민 발표 직후 있었던 ‘돌아온 탕아’를 주제로 한 뮤지컬에 대한 소감도 내놓았다. “우리가 죄를 지을 경우가 많다. 아주 큰 죄를 지을 경우도 많다. 실망하지 말라. 여러분을 기다리는 아버지가 있다”며 “많은 아버지들은, 사제들은 언제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품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말씀”이라며 “주님께선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는 것에 피곤해하시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는 것에 절대로 당신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꼭 잊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교황은 다시 원고를 보곤 영어로 “기도하라”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하라”고 당부했다. 그러곤 “이젠 돌아갈 때”라고 했다. 원래 돌아가기로 돼 있던 시간보다 20여 분 지난 터였다. 교황은 “일요일 미사 때 보길 바란다”고 했다. 또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도 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날 연설은) 교황에게도 중요한 테스트”라며 “중간에 통역사가 있어도 소통이 가능했는데 (청년들이) 교황의 마음가짐과 열정을 잘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행동을 솔뫼에서도 보이신 거라 저흰 너무 기쁘다. (교황은) 아프리카를 가시든 어디를 가시든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교황이 중국에 보낸 축전 하루 뒤 도착= 한편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교황의 축복 전문(電文)이 당일이 아닌 하루 늦은 15일 도착했다고 롬바르디 신부는 밝혔다. 주 로마 중국대사관에서 전문 내용을 확인하느라 당일에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구혜진 기자

[사진 설명]
1. 대전 월드컵경기장 5만 명 “비바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오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자 5만여 신자들이 ‘비바 파파’를 연호하고 있다. [대전=사진공동취재단]
2, 3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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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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